팀을 느리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체계화'였다

성장하는 회사는 체계를 갖추는 순간 오히려 느려진다. 보고서에 담기지 않는 '미완성 사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라지고,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살펴본다.

팀을 느리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체계화'였다

2017년 게리 하멜과 미셸 자니니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독자 약 7,000명을 대상으로 관료주의에 관한 설문을 진행했다. 결과는 이랬다. 사람들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를 이른바 '기계에 먹이 주기', 즉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는 보고와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쓰고 있었다. 직원 1,000명 이상 회사에서는 응답자의 96%가 현장 직원이 새 일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거나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베인앤컴퍼니의 '창업자 정신' 연구도 같은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짚는다. 복잡성이 쌓이고, 의사결정 권한의 경계가 흐려지고, 예전이라면 한 사람이 내렸을 결정이 자꾸 위로 올라간다. 그 사이 회사는 어떤 일에도 빠르게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여기까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관료주의가 느리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회사들은 일정 규모에 이르면 결국 그것을 들여놓는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주목하는 지점은 좀 더 좁다. 회사가 체계를 갖추는 순간 분명히 사라지는 것이 있는데, 그게 '속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The Office (1999)

우리가 설치하는 시스템은 '결과물'만 담도록 설계돼 있다

스케일업 시기에 실제로 어떤 것들이 도입되는지 떠올려 보자. 주간 상태 보고서, 명확한 담당자 지정, 문서화된 의사결정, 무엇이 언제 누구 손을 거쳐 나갔는지에 대한 깔끔한 기록.

이 모두는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 일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하려는 장치다. 그 자체로는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요약돼 있다는 뜻이고, 요약한다는 것은 보고서에 담기지 않는 부분을 버린다는 뜻이다.

버려지는 것이 바로 '과정'이다. 누군가 화요일에 떠올린 거친 아이디어, 그것을 무너뜨린 리서치와 그 잔해에서 다시 나온 두 번째 버전, 테이블에 올랐던 네 갈래 방향과 무엇을 남길지에 대한 논쟁, 지나가듯 던졌는데 결국 정답이 된 한마디. 상태 보고서에는 이런 것을 담을 칸이 없다. 그러니 이런 것들은 어디에도 남지 않고, 한 분기만 지나면 회사가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기록은 근거가 사라진 결론들뿐이다.

'미완성된 생각'이야말로 원재료다

마거릿 헤퍼넌은 MIT의 알렉스 펜틀런드와 톰 말론의 협업 연구를 바탕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생기는지 설명한다. 혁신은 유레카의 순간이 아니다. 대개는 어설프거나 반쯤 익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다른 사람들의 기여와 성찰, 반복을 거치며 좋은 아이디어가 되고, 가끔 돌파구가 된다. 이 과정이 잘 굴러가는 조직은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거나 미완성된 생각을 꺼내 놓는 일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 그림을 이제 막 체계를 갖춘 회사에 겹쳐 보자. 그곳에서 보이는 것은 완성된 결과물뿐이다. 사람들은 생각이 아니라 결과를 보고한다. 반쯤 익은 아이디어는 갈 곳도 없고, 담길 형식도 없다. 꺼내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이점도 없다. 미완성 상태로 목격되는 일이 더는 업무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아니라, 작지만 분명한 커리어 리스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유가 곧 일이었던 그 단계에서 공유를 멈춘다. 방어할 수 있을 만큼 다듬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결국 혼자 발전시키게 되고, 여섯 명의 두뇌 대신 한 명의 두뇌만 거친 결과가 나온다. 회사는 여전히 굴러간다. 다만 초기의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던 메커니즘을 조용히 잃어버렸을 뿐이다. 이 손실은 몇 달 뒤 '요즘 우리 팀이 왠지 재미없어졌다'는 막연한 감각으로 뒤늦게 드러난다.

정작 중요했던 부분은 시스템으로 옮길 수 없다

이 모든 시도의 밑바닥에는 하나의 믿음이 있다. 과거의 성공은 앞으로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다는 것. 팀이 잘했으니 방법을 잡아내 문서로 남기고, 규모에 맞게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단계는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단계를 고른 판단력, 더 안전한 선택지를 버리게 만든 감각, 어디로 갈지 모르는 흐릿한 아이디어를 이틀쯤 붙잡고 있어 보는 태도는 잡아낼 수 없다. 이런 것들은 절차로 옮겨 적히는 순간 살아남지 못한다. 규모화되는 것은 껍데기이고, 껍데기는 껍데기 모양의 결과물만 낳는다.

성장하는 회사를 이끌고 있다면 이 긴장을 오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관리 효율성과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은 서로 다른 목표이고,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서로를 갉아먹는다. 구조는 언젠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문제는 그 구조를 너무 많이 들여놓은 나머지, '생각'이 공개적으로 벌어질 자리가 어디에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과정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남겨 두자

답은 계속 어수선하게 두는 게 아니다. 요약이 아니라 진행 중인 일 그 자체를 담아 두는 공간이, 회사 안에 최소한 한 곳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LLO는 바로 그런 공간이 되도록 만들었다. 캔버스 위에 거친 메모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그 메모를 검증한 리서치가 붙어 있다. 여러 옵션이 나란히 펼쳐져 있어서, 무엇이 검토되고 무엇이 왜 버려졌는지 누군가의 전언에 의존하지 않고도 직접 볼 수 있다. 피드백은 대상이 되는 그 자리에 바로 붙는다. 결정은 그 결정을 만들어낸 작업 옆에 그대로 남는다. 구석에 툭 던진 한마디가 자라 결국 출시되는 결과물이 되기도 하고, 거기까지 이르는 경로도 이후까지 그대로 남는다.

당장의 이점은 리더가 보고서를 기다리지 않고도 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 길게 보면 이쪽이 더 중요하다. 내년에 합류할 누군가가 좋은 결과물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다는 것. 완성된 산출물만 읽어서는 아무도 판단력을 배우지 못하니, 이것이야말로 그 일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FAQ

회사는 왜 커질수록 느려질까? 협업과 보고에 드는 오버헤드가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하멜과 자니니가 2017년 HBR에서 진행한 약 7,000명 규모의 설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를 내부의 '기계 먹이기'에 쓰고 있었고, 1,000명 이상 규모의 회사에서는 96%가 새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거나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성장하는 회사에 프로세스는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일정 규모에 이르면 구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완성된 결과물만 담아내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되면 그 결과물 뒤에 있는 '생각'은 머물 자리를 잃는다.

미완성된 사고는 왜 중요한가? 마거릿 헤퍼넌이 소개한 MIT의 협업 연구에 따르면, 좋은 아이디어는 대개 어설프거나 반쯤 익은 상태에서 출발해 다른 사람들의 기여를 거치며 다듬어진다. 미완성된 작업이 놓일 자리가 없는 회사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원재료 자체를 잃는다.

팀의 강점을 잃지 않고 규모를 키우려면? 진행 중인 일이 팀 전체에 계속 보이는 공간을 한 곳은 유지해야 한다. 옵션, 근거, 결정이 상태 업데이트로 압축되지 않고 작업 그 자체에 붙어 있어야 한다.

ALLO는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ALLO는 공유 캔버스 위에 진행 중인 작업을 담아 둔다. 아이디어, 리서치, 옵션, 피드백, 결정이 하나의 맥락 안에 함께 놓이고, 회사가 커진 뒤에도 계속 보이는 상태로 남는다.